“월드컵에서 최대한 높게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여자월드컵의 해’를 맞이한 여자 축구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이 각오를 밝혔다. 콜린 벨 감독은 26일 오후 축구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 준비 상황과 구체적인 목표, 지향점 등에 대해 언급했다.
‘2023 FIFA 여자월드컵 호주-뉴질랜드’는 올해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독일, 모로코, 콜롬비아와 함께 H조에 묶였다. 7월 25일 콜롬비아와 첫 경기를 치르고 이후 모로코(7월 30일), 독일(8월 3일)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한국은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 번 16강 진출을 노린다. 하지만 16강에서만 만족하지 않고 최대한 높게 올라가겠다는 각오다. 콜린 벨 감독은 “월드컵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하고 이후 매 경기 집중해 임하겠다. 월드컵에서 최대한 높게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여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30일부터 2월 9일까지 울산에서 새해 첫 소집훈련을 진행한다. 대표팀은 2월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인 ‘아놀드 클라크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여자축구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월드컵을 준비 중인 콜린 벨호의 전력 점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자월드컵과 2월 아놀드 클라크컵을 앞둔 소감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놀드 클라크컵과 월드컵을 기대하고 있어요. 선수들이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 자신해요.
월드컵에서의 구체적인 목표는?
첫 번째는 월드컵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후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해 나갈 것이다. 뻔한 답변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라 생각한다.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매 경기를 임할 계획이다. 월드컵에서는 최대한 높게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한다면 세계의 어떤 팀들을 만나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스스로를 낮게 생각하거나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같은 외국인 감독인 파울루 벤투 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동기부여를 얻는 것이 있는지?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겠다. 우리는 우리만의 축구 철칙이 있다. 모든 축구에 공통적으로 적용이 된다. 공격, 수비로 철칙을 구분할 수 있는데 훈련을 통해 이 철칙을 견고히 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바꿔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전술적인 유연함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팀과 경기하든지 능동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고, 승리를 가져와야 한다.
경기를 승리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해당 경기에 가용 가능한 선수들을 고려해야 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는 전방압박을 원하는 팀이라고 해도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면 전방압박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전방압박을 고수하기 위해 수비라인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조금 더 유연함이 적용되어야 한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우리 철학, 철칙은 갖추면서 능동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유연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외국인 지도자로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동기부여나 부담을 받지는 않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국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존경도 받았다. 한국에서 지낼 때도 축구 전반적인 것과 한국 축구, 한국 생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남자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16강을 이룬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동기부여를 받는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감독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영국인이고 독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 한국이라는 훌륭한 국가에 와서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KFA도 내가 첫 날 일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많은 지원을 해줬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선수들, 스태프들도 훌륭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KFA, 우리 팀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내게는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이 팀을 지도해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월드컵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축구 일을 하면서 모든 경기에 승리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동기부여를 어디서 얻냐고 하면 이 두가지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하겠다.
선수들과 3~4년간 함께 했다. 유대감이 쌓였을 것 같은데 이런 점이 본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선수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축구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또 즐기고 있다. 선수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끔 내가 엄하게 선수들을 대할 때가 있지만, 이들에게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바로 앞에 벽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야 한다. 선수들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잠재력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자신감’이라는 단어는 내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배운 단어다. 2019년에 처음 여자대표팀을 맡았을 때 선수들의 자신감은 별로 없었다. 지금은 자신감이 점점 자라나고 있다. 월드컵이 열릴 때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극에 달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종 훈련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이 축구를 하면서 편안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 안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또 선수들도 국가를 대표해 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다.
지난 연말 남해 소집훈련은 어디에 중점을 뒀는지? 그리고 선수들의 상태는 어떤지?
오랜만에 다시 모여서 운동장에서 훈련을 했다. 남해 소집훈련은 좋았다. 그 소집훈련은 우리의 다음 경기 상대인 (아놀드 클라크컵) 잉글랜드전을 대비하는 시간이었다. 잉글랜드전에 대한 대비는 조금씩 하고 있었다. 이 부분을 (다가오는 소집훈련에서)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선수들의 컨디션은 체크를 해봐야 한다. 현재 프리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이 들어오면 첫날에 지구력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그 테스트를 통해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몸 상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하는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는 지금 시즌 중이다. 우리 선수들만 프리시즌이다. 이 점이 우리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아놀드 클라크컵에 나서기 전 미리 모여서 소집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일찍 들어와서 컨디션을 확인하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채우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월드컵 상대국에 대한 전력분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대축구에서 정보수집은 비교적 용이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팀들에 대한 전력 분석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 팀들이 2월, 4월에 경기를 하는데 이 경기들을 체크할 예정이다. 독일은 현지 지인을 통해 정보를 별도로 수집할 계획이다. 독일도 홈에서 경기를 한다. 게다가 지금 독일 여자대표팀에 있는 선수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과거에 지도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정보수집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팀에는 훌륭한 스태프들이 있다. 맷 로스 코치를 비롯해 박윤정 코치, 비디오분석관까지 세 사람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리는 아놀드 클라크컵은 어떤 의미인지?
아놀드 클라크컵에서는 유럽에 있는 강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하게 된다. 참가 팀 중 하나인 잉글랜드는 개인적으로 세계 최강이라고 본다. 지난해 현 감독 체제 하에서 2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린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상대가 모두 유럽팀이기에 선수들이 유럽 스타일의 경기를 적응하고 익숙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직접 경기를 하면서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이 훈련장에서 정보는 줄 수 있어도 체감은 선수들이 직접 경기를 뛰면서 해야 한다.
아놀드 클라크컵에 나서는 세 팀(잉글랜드, 이탈리아, 벨기에)은 피지컬 중심의 플레이를 한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많이 배우는 점이 있을 것이다. 월드컵에서도 유럽팀인 독일을 만나고,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또 다른 유럽팀을 만날 것이다. 이를 대비하는 과정이다. 학습의 장이 될 것이다. 게다가 대회 진행방식도 월드컵과 비슷하다. 한 경기를 치르고 회복시간 가지고 대비훈련을 하고 또 다른 한 경기를 치른다. 회복을 잘하는 것도 월드컵을 잘 치르기 위한 과제다. 앞선 아시안컵에서도 (이런 대회방식을) 경험하긴 했지만 필요하다면 회복 전략에 대해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프리시즌이고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하는 나머지 세 팀은 시즌 중이다. 이 대회 초청 의사가 들어왔을 때 우리가 질 수 있기에 참가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시작하기 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준비를 잘한다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우리가 배우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90분 동안 이 대회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회를 잘 치러내면 월드컵에서도 정신적으로 잘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이 대회에서 우리의 부족한 점들이 노출이 될 텐데, 이를 월드컵에 가기 전에 보완해야 한다.
여자축구의 미래인 천가람에 대해 콜린 벨 감독은 스스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길 주문했다.
여자축구의 미래로 손꼽히는 천가람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천가람은 최근 소집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필요했다. U-20 여자대표팀 출신이고 성인 대표팀에 올라와 함께 훈련했다. 내 훈련이 고강도의 훈련인데 덕분에 어린 선수가 도약했다고 생각한다. 천가람은 똑똑하고 (감독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가진 잠재력이 끝까지 나오길 바란다. 천가람이 본인 스스로 내 위치가 어딘지 파악하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빨리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너의 목표가 무엇이니?’라고 물었을 때 이러한 질문도 같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투자할 수 있니?’라는 질문까지 같이 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잠재력을 끌어낸다고 생각한다. 천가람이 야망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질문을 해야 한다. 그게 된다면 그 선수의 잠재력이 끝까지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다.
아놀드 클라크컵 소집 명단이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전 명단과 큰 변화가 있다.
현재의 스쿼드를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팀 명단을 짤 때 어떤 선수들을 가용 가능한지 확인한다. 조소현은 부상으로 합류가 어렵다. 대표팀 명단에 오래 없었는데 다시 보는 걸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번에 잉글랜드로 넘어가게 되면 조소현과 미팅해서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그리고 이민아도 부상이다. 중요한 선수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이영주도 부상이다. 대표팀 문은 모든 선수들에게 열어 놓은 상태지만 현 상태에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갈 수는 없다. 현재 있는 전력을 견고히 해야 한다.
지금 대표팀 명단에 있는 선수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추효주, 장슬기 등은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 등 상대에 맞춰서 다양한 포지션을 수행할 수 있다. 김혜리도 사이드백과 센터백을 오가면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전력 안에서 선수들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 상대팀들의 경계되는 점이 있다면?
세 팀 모두 동기부여가 가득한 팀들이고 굉장히 조직적인 팀이다. 개성도 뚜렷하다. 대표팀의 매력은 팀마다 국가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콜롬비아는 날 것의 축구를 한다면 모로코는 기술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를 한다. 독일은 피지컬적으로 잘 완성된 팀이다. 이 팀들과 상대해 우리는 우리만의 DNA를 고수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조직적으로 갖추고 빠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고 유연함도 있어야 한다. 상대가 우리 플레이를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하고 싶다. 매 경기 상대를 어렵게 하고 싶다.
(팬 질문) 한국 생활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한국어로) 한국에 너무 잘 있어요. 저는 한국에 살고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카페 좋아요! (영어로) 한국에 잘 정착했고 생활도 만족한다. 한국에 최대한 오래 머물길 바란다. 지난 연말 독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고 즐길 거리도 굉장히 많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팬 질문)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한국어로) 여기 왔을 때부터 한국어 공부했어요. 고강도! 적극적! 포기하지마!
[보도자료출처: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