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조선시대 과거 시험용으로 사용했으나, 제조법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아 명맥이 끊긴 전통 한지 ‘시지(試紙)’의 제조기술을 구명했다고 밝혔다.
시지는 명지(名紙)라고도 불리며 답안이 작성된 것은 ‘시권’이라고 하는데, 문헌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만들어졌던 한지 종류 중 최고급에 속한다고 한다.
조선시대(총 518년)에는 총 2,068회, 연평균 약 4회의 과거가 치러졌다. 1840년대 이후 1회 평균 과거 응시자 수는 약 13∼15만 명이었고, 1879년 213,500명으로 최다 응시자를 기록하는 등 조선시대 시지의 소비량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당시에는 시험지를 응시자가 직접 준비해야 했는데, 사람들은 더 좋은 시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제의 폐지와 서구화에 의해 한지 수요 또한 저하함에 따라 시지는 점차 사라져갔으며, 제조법에 대한 명확한 기록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경상국립대학교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조현진한지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물 시권 유물 33점과 ‘한국학자료센터’의 디지털화 시권 유물 267건에 대한 특성을 분석하여 시지의 제조법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모양은 가로형과 세로형 두 가지가 있으며, 가로형은 세로형을 2장 또는 그 이상 이어붙여 제작되었고, 세로형의 평균 크기는 가로 81㎝, 세로 124㎝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일반적인 전통한지 크기(세로 63㎝, 가로 93㎝)보다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시지는 크기로 인해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만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현재는 사라진 방법으로 일제강점기의 사진 몇 장을 통해 조선 시대로부터 내려온 2인 1조 방식의 한지 제조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지의 또 다른 특징은 4∼12겹 이상으로 제작되어 매우 두껍고 밀도가 높으며,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전분이 아닌 아밀로오스 성분도 혼합된 전분을 처리한 후 다듬이질과 같은 가공처리를 통해 표면을 매끄럽게 하여 먹 번짐 방지 효과를 높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이번에 조사된 결과를 바탕으로, 1960년대 세검정의 한지공방에서 2인 1조 식 한지 제조법을 익힌 국가무형문화재 신현세 한지장에게 의뢰하여 전통방식에 준한 공정을 통해 시지 제작에 착수하였다. 현재, 한지 뜨는 공정까지 마무리가 되었고 전분처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손영모 소장은 “시지 제조기술 규명은 우수한 한지 문화 발굴과 한지 분야 저변 확대에 큰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고급 한지 제조기술을 응용한다면 부가가치 높은 현대적인 새로운 용도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보도자료출처: 산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