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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하자마자 주전이 된 이기제, 그가 돌아보는 ACL과 K3리그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상근예비역으로 K3리그에서 뛰었던 이 선수는 제대 후 소속팀으로 돌아가 맹활약을 펼쳤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적응 기간을 최소화했다. 그는 국내 무대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강팀들이 겨루는 무대에서도 제 실력을 맘껏 발휘했다. 수원 삼성의 측면 수비수 이기제(29)의 이야기다.

이기제는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카타르에서 열린 2020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소화한 뒤 지난 11일 귀국했다. 해외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던 이기제와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에서 활약했던 이기제는 제대 후 수원삼성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제대하자마자 곧바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 교체 출전한 이기제는 이후 팀의 강등권 탈출에 힘을 보탰다. 더불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날카로운 프리킥 능력과 탄탄한 수비로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아무리 몸 관리에 철저한 프로 선수라고 해도 군 복무를 마친 후 곧바로 소속팀으로 돌아와 주전 자리를 꿰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제가 K3리그에서 뛰었던 2년여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가 궁금했다. 또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즐거운 추억도 되돌아봤다.

K3리그에서 갈고 닦은 프리킥, ACL에서 빛을 발하다

이기제는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김민우와 번갈아가며 세트피스 키커를 맡았다. 이기제의 프리킥이 결정적인 득점으로 이어진 경기도 있다. 바로 광저우 헝다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이기제가 광저우전 0-0이던 후반 초반 시도한 강력한 왼발 프리킥은 골대 구석으로 향했으나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다. 골키퍼가 쳐낸 공을 임상협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을 갖다대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수원은 광저우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비셀 고베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수원은 승점 5점으로 광저우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광저우전에서 나온 이기제의 ‘도움이나 다름없는’ 프리킥이 없었다면 수원은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할 처지였다.

광저우전 프리킥에 대해 묻자 이기제는 “카타르에서 프리킥 연습을 하는데 감이 좋았다. 원래 (김)민우 형이 전담 키커였는데 그날은 감독님께서 나에게 차라고 했다. 결국 내 프리킥이 골로 이어졌고, 그때부터 민우 형과 킥을 서로 나눠서 찼다”고 말했다.

이기제의 날이 선 프리킥 감각은 K3리그에 있을 동안 부단히 갈고 닦은 노력 덕분이다. 그는 “김포시민축구단에서 팀 훈련이 끝날 때마다 프리킥 훈련을 열심히 했다. 그래서 프리킥에 자신감이 있었는데 수원에서는 민우 형이 키커를 맡고 있어서 내가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건하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는데 기회를 잘 살려 기쁘다”고 수줍게 말했다.

김민우와의 시너지 효과도 이번 대회 선전의 한 요인이다. 원래 이기제가 오기 전까지는 김민우가 왼쪽 측면 수비수를 맡았으나 이기제가 들어오면서 그 자리를 맡는 대신 김민우는 한 발짝 위로 올라섰다. 공수 밸런스를 갖춘 두 선수가 함께 서자 왼쪽 라인이 확 살아났다.

이기제는 “민우 형이 공격 성향이 강한데 이번 대회에서 장점을 잘 보여줬다. 형과의 호흡도 좋았다. 내가 오버랩을 하면 민우 형이 보지 않고도 나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경우가 있었다. 오버랩 이후 빨리 돌아가지 못할 때는 형이 내려가서 수비 커버도 해줬다”고 밝혔다.

수원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최종전(비셀 고베)부터 16강(요코하마 마리노스), 8강전(비셀 고베)까지 3경기 연속 일본 팀과 맞붙게 됐다. 프로 데뷔를 일본에서 했던 이기제의 경험이 여기서도 빛났다. 이기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프로축구 시미즈 에스펄스에서 뛰었다. 이기제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태환에게 일본 공격수들의 성향을 알려줬다. 결과적으로 태환이도, 팀도 좋은 결과를 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16강전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3-2로 물리친 수원은 8강전에서 비셀 고베를 다시 만나 분전했으나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대회를 돌아본 이기제는 “군 제대 후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르며 바쁘게 보냈다.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내년을 기약했다.

2019년부터 김포시민축구단에서 활약한 이기제는 K3리그의 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K3리그라고 했을 때 약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충분히 프로에 갈만한 실력이 있는 선수들도 보였다. 올해는 내셔널리그까지 합쳐지면서 수준이 더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기제는 김포시민축구단에서 낯선 경험을 많이 하며 한 단계 발전했다. 그는 주 포지션인 왼쪽 풀백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와 윙어, 심지어는 최전방 공격수로도 활약했다. 이기제는 “여러 포지션을 경험하면서 공격수의 생각을 잘 알게 됐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대처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전에는 상근예비역으로서 예비군 관리 업무를 하고, 오후에 운동을 하는 생활 속에서 몸 관리는 결코 쉽지 않았다. 이기제는 바쁜 와중에도 턱걸이, 푸시업 등 개인 체력 훈련을 빼먹지 않았고, 팀 훈련 이후에도 따로 남아 프리킥을 연마했다. 그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예비군 동대장님께 감사 드린다”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K3리그의 인프라가 좀더 발전해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에 매진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기제는 “K3리그도 연봉제가 생기는 등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팀 숙소나 운동장 시설이 부족한 것 같다.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환경이 나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보도자료출처: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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